3개월 만에 돌아온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을 회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눈'은 새로운 필진이신 '언제나 기록인'님께서 보내주신 "그래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세요~^^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 사용하셔도 됩니다.

*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언제나 기록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 과문한 까닭에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대략적인 문건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전부터 보좌하던 정윤회라는 사람이 현재 공식적인 직책이 없음에도 청와대에 측근 비서관을 이용해 국정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다. 국정이 비선실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기에 문건이 보도된 초기에는 이 문건의 내용이 진실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청와대는 사건의 핵심을 비선의 국정개입이 아니라 청와대의 문건유출사건으로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사건은 문건의 내용이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과, 이 문건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되었는가 하는 2개의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다. 안타깝고 직면하기 어려운 사실임에 분명하지만 2가지 프레임은 모두 일정 부분 우리의 기록관리와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사건의 정치적 맥락과 프레임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우리가 기록관리 전문가라면 우리의 프레임을 갖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문서의 내용이 진실인가라는 프레임에서는 ISO15489가 기록의 4대 속성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기록의 신뢰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기록의 신뢰성은 기록의 내용이 입증하는 것이 업무처리나 활동 혹은 사실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으며, 이후의 업무처리나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근거로 할 만한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기록관리론 증거와 기록의 과학 3, 한국기록관리학회 편, p. 20.) 청와대의 주장에 따르면 문건은 전혀 사실을 담고 있지 않으므로 기록의 신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문건은 행정의 증거로서의 증거성을 갖추지 못한 그저 찌라시일 뿐이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라는 행정기관에서 관료에 의해 일상적인 업무과정에서 작성된 기록이 신뢰성을 갖지 않는다고 부인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공공기록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듀란티(Luciana Duranti)는 신뢰성을 기록형식의 완전성(Completeness)과 기록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통제‘(기록관리론 증거와 기록의 과학 3, 한국기록관리학회 편, p. 20.)의 관점에서 파악하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쟁점은 과연 일상적인 업무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반드시 생산시스템에 등록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적법한 조직원에 의해서 작성되고 보고되면 되는 것인가? 등록되지 않은 기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지 판단할 능력이 필자에게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이 문제를 기록관리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문건이 어떻게 유출되었는가 하는 프레임에서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의 정보관리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절대 청와대라는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기록관리전문요원의 업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공기록관리 현실에 있어서 이런 정보유출에 각 기관 전문요원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관리는 기관의 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모두 컨트롤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생각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연 정보가 제대로 통제되고 허가받은 사람에 의해서만 제한적으로 열람되었는가, 사본의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등은 분명 기록관리의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사실 이 문제는 기록의 신뢰성 보다 더 어려운 문제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기에는 가진 지식과 경험이 너무도 부족하여 그저 이 문제를 기록관리의 프레임으로 보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요즘 기록관리와 관련한 정치권 이슈가 많았던 것 같다. 누가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아주 어렵게 얻은 기록관리적인 프레임을 세상에 던져야 한다. 그게 2014년을 사는 기록인의 의무이자 권리일 것이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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