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눈' 두 달여 만에 다시 연재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을 회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눈'은 너트 크래커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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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균형 잡기

by 너트 크래커
 

 젊었을 적 친구들과의 수다의 끝은 항상 연애 상담이었다. 당사자는 괴로웠을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우리 이야기는 스파클링와인같이 발랄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수다가 점차 묵직하고 드라이한 레드와인(?) 아니 걸쭉한 탁주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나온 것이 평행수라는 단어가 배에서 뿐만 아니라 삶에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겠지만 한 사람은 그냥 혼자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속에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만큼 배분을 해야 가장 행복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학생 때는 엄마가 넌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라는 잔소리가 참 듣기 싫었는데 지금은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구나 싶다. 적어도 내 노력을 어디에다 분배해야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투자가들이 어떻게 분산 투자를 해야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내 생활은 참 복잡하게 얽혀져있고 내 24시간은 잘게 분산 투자되어 있다. 가족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균형 맞추기란 사실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워킹맘과 프로페셔널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또한 직장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내 일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기록의 일에 대한 온도차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한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기록의 일은 기본을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해도, ‘기본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기본은 기본이다, 기본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기본을 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맞지만 그 당연함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이 뒤따르는 법인데 그런 노력에 대해서는 잘 쳐다 봐주지 않으니 안타깝다. 드러나는 일을 하면 참 멋져 보이고 대단해 보이기는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해보라는 단순한 충고랄 수 없는 지시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라도 해야 하는 직업인이니까.

 

상황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기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설령 내 노력과 열정의 일부가 그저 내보이기식 업무에 투척될지언정 말이다. 그 사이의 균형은 몇 대 몇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서 평행수를 유지하고 조정해나가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아마 정체성을 잃지 않고도 더 나은 아키비스트로 성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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