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눈 다섯 번째 이야기 입니다.
원고 전달에 차질이 있어서 열흘정도 늦게 업데이트 되는점 필자 및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지난 5월 13일에 투고된 글입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By 너트크래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시골에 친척들을 만나서 취직은 했냐는 질문에 기록관에서 일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속 걱정을 하셔서 그냥 공무원입니다하니 안심하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기록관은 일반 시민에게는 아직 친숙한 공간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 나도 어쩌다 보니 동네 모임에 끼게 되었고 각자 소개 하는 자리가 있었다. “저는 기록관에서 일합니다.”라고 소개를 했다. 그랬더니 ? 기록관? 기상청? 그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도리어 받게 되었다. 기록관에 대해서 설명을 하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이해를 했든 못했든 그냥 넘어가자는 식이 되버렸다.

그러다 얼마 전에 오래된 기록관련 잡지(아키베리아 66, 2008년 가을호) 속 글 하나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글은 서구 대중 문화 속에서 묘사되는 아카이브즈에 관한 내용이었다. (“진실은 레드파일 속에 있지”: 대중문화 속 아카이브즈에 관한 개관-카렌 버클리). 대중 문화라는 것은 그냥 재밋거리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어떤 현상을 보는 하나의 창이 될 수도 있다. 대중 문화 속 아카이브즈를 보면 일반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한 가지 시각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흥미가 생겼다.

그 글에 따르면 서구 대중 문화 속의 기록관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 관념이 있는데 대략 4가지 정도라고 한다. 1) 기록 보존은 진실 보존과 같다. 2) 기록관은 (도서관과 달리) 폐쇄된 공간이고 기록관에서의 경험은 주인공의 내면적인 것이며, 3) 찾고자 하는 기록은 잃어버렸거나 먼지가 가득한 기록관 어디엔가 묻혀져 있어서 찾기 힘들고 4) 기록을 찾는 것은 자아나 진실을 찾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장면이니까 긴장감 고조나 극대화를 위한 장치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서구 대중문화에서 아키비스트를 묘사할 때, 대중들은 기록관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도서관 사서로 대체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록관 이용자도 엄마 따라 도서관 구경 온 아이가 아니다. X-파일의 멀더나 스컬리 정도 되는 전문가 혹은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같은 능력자, 본 슈프리머시나 미션 임파서블의 비밀 정보 요원 정도는 되야 기록관에 드나들 수 있다. 뭐 여기까지도 이해가 된다. 현실에서도 기록관에 오는 이용자들은 주로 학자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키비스트가 사람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영화, 소설 속에서 아키비스트는 사람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령, 그냥 도움을 주는 어떤 목소리 혹은 로봇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좋게 보면 기록을 수호하는 수호 천사이고 나쁘게 보면 기록관 앞에 떡하니 버티는 문지기 드래곤이다.

이 유령 혹은 목소리들이 하는 일은 정확한 평가와 선별, 정리 및 기술을 통한 서비스 즉 주인공이 원하는 기록을 찾아주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이렇게 아키비스트의 업무에 대해서 꽤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데!!! 묘사되는 모습이 사나운 문지기 드래곤이나 로봇이라니공상과학영화에서 주인공이 말하면 기록을 검색해 알려주는 로봇이 미래의 아키비스트 모습인가? 그래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구나이런 선입견(?) 때문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친척들도 그냥 공무원이요에서 안심하는구나 싶었다.

서구보다 아직 조금 늦게 출발한 우리는 기록관이 어떤 곳이고 아키비스트는 어떤 업무를 한다는 것부터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가지는 아키비스트에 대한 생각이 그냥 공무원혹은 영혼없는 로봇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숙제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지만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겨버렸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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