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록관리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의 기록 삭제가 지시되었다고 합니다. 이동식 저장장치를 비롯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종이로 된 공․사문서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공식 기록 등을 제외하고 내용 구분 없이 대부분의 기록이 일괄 파기된다고도 합니다. 이 때문에 후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지명자가 그 파기의 수준을 협의한다고도 합니다. 
 
한편, 위의 보도가 있은 지 며칠 만에 대통령기록관이 제17대 대통령기록물 1,088만 건의 이관 접수를 완료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수량으로만 보자면 역대 최대의 규모입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전자기록생산시스템인 “위민시스템”의 전자문서와 전자적 형태의 지정기록물은 대폭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로써 청와대의 공식기록이 “대통령기록관리법”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후임 대통령과 대통령기록관에 인계되었다면 참으로 환영할 일입니다. 효력도 없고 어떠한 행위도 유발하지 않은 비공식 기록이거나, 사적인 기록 또는 중복된 사본이어서 남길 필요가 없는 기록이라면, 후임자를 위해서라도 처분하는 것이 옳습니다. 삭제든 파기든 상관없을 것입니다. 후임자와의 협의 대상도 아닙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만큼 엄밀한 분석과 선별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우리는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그의 정책 보좌관들이 작성한 기록이 그저 단순한 이관과 접수의 차원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단 한 줄의 누락도 없이 수집되기를 기대해왔습니다. 석 달 남짓한 기간동안 이 많은 기록의 이관을 마쳤다고 하니 고생은 말로 다하기 힘들었겠으나, 이러한 전문적인 노력에 대해서는 언급도 되고 있지 않아 실망스럽기조차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국가기록원이나 대통령기록관의 일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청와대 비서실 기록관의 주도로 각 업무부서에서 진행했어야 할 일입니다. 퇴임 무렵에 부랴부랴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일상적인 기록관리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어야 할 일입니다. 만시지탄(晩時之嘆)이 아닐 수 없지만, 그동안 수많은 지적과 당부의 말씀을 듣고자 하지 않은 불통의 또 다른 결과일 것입니다. 마침내 소를 잃었으니 이제 외양간이라도 고쳐야겠다는 마음일 뿐입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3.0시대”를 열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기록관리가 청와대에서부터 자리잡아갈 수 있도록 솔선해주길 바랍니다. 기록이 없으면 소통할 방법도 없고, 역사도 외면한다는 것을 새삼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2013. 2. 25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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