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캐비넷과 대통령기록물 논란'에 대해 이상민협회장님께서 고대신문에 기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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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와대 캐비넷과 대통령기록물 논란

고대신문l승인2017.08.01l수정2017.08.01 15:48

 최근 청와대 캐비넷에서 박근혜전대통령비서실의 기록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이번 사태 역시 대통령기록관리의 여러 문제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기록법은 역사기록의 보존보다는 정부의 ‘업무의 증거기록의 생산과 보존’을 통한 설명책임성을 더 강조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대통령기록은 국정의 증거이며 국민이 소유자이다. 국민은 그 증거를 볼 수 있는 알 권리가 있다. 그래서 법에서 “대통령기록은 공개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민주사회에서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대통령기록은 그냥 생산되거나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법에 따라 기록시스템을 통해 기록을 생산하고 통제하게 되어 있다. 민주국가의 공공기록관리시스템은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통치에 의존하여 작동한다. 그렇기에 권력자의 법 수호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시스템이 붕괴될 때 그 기능이 왜곡되거나 역기능을 수행한다. 박전대통령 시기에 국정시스템은 붕괴되고 있었다. 그 과정 중에서 국정의 핵심 기록은 적법하게 기록시스템에서 생산되지 않았고 시중에 떠돌았다. 중요 기록이 여러 캐비넷에 방치되었다는 것에서 보듯이 관리되지도 않았다. 국가기록제도를 통제하는 정치권력집단이 제도적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불법과 실책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오롯이 불법적 행위의 증거로 남을 기록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 기록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박전대통령 탄핵 이후 그나마 생산된 대통령기록이 전방위적으로 폐기되었다는 정황이다. 기록전문가들은 그동안 대통령기록의 무단 폐기 위험성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다. 이것은 중대한 불법행위이므로 추후에도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범죄의 증거를 남기기 두려워하는 자는 기록을 폐기한다. 일제는 해방 직전 조선총독부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다. 전두환 정권은 국보위 기록과 제5공화국의 대통령기록을 폐기했었다.

  기록전문가들은 또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기록 지정이 잘못된 것임을 누차 지적했다. 대통령 지정기록제도는 대통령기록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을 두려워하여 대통령기록을 아예 생산하지 않거나 폐기해버리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대통령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여 중요한 대통령기록을 남기게 하려는 취지로 제정된 정책이다. 그런 취지의 제도가 반헌법적 행위로 파면된 대통령과 불법 시종 행위자들의 법적 책임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청와대에서 발견한 캐비넷 대통령기록들은 박전대통령의 불법행위를 증명하거나 반박하게 하는 핵심적인 증거기록을 포함한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유린한 범죄를 다루는 중대한 재판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주정부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불법적인 지시를 내리고 국정을 잘못 수행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있었다면 그것에 관한 대통령기록은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한 기록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 정권이 대통령기록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선례가 있었던 만큼 청와대는 회수된 캐비넷 기록의 목록을 만들어 공개하고,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즉시 이관했어야 했다. 목록을 보고 검찰이 증거로 요구하거나, 국민이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를 신청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이 비밀기록이나 지정기록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기록공개 자체가 법 위반이 되기는 어렵다.

  국가기록관리기구는 국민을 위해, 공익을 위해, 마땅히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록전문가들은 국민에게 국정기록관리의 공익성과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널리 전파하지 못했다. 차제에 국가기록관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지정기록제도의 미비점 등을 개선하여 대통령기록을 온전한 역사기록으로 후대에 남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기록이 정쟁의 수단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대통령기록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이 대통령기록 등 권력기관 기록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민주사회이다. 기록선진국에서 보여지듯 기록과 아카이브는 민주주의의 강력한 수단이다.

 

글 | 이상민(한국기록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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