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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7-8)은 '이상민' 협회장님께서 보내주신 [양날의 칼을 가진 대통령지정기록제도의 지향과 운영]입니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지정기록 제도의 운영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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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7-8)


양날의 칼을 가진 대통령 지정기록제도의 지향과 운영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수사와 재판에서 규명될 핵심적 사실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국가 근간 정책과 공무를 최순실이라는 권한 없는 친구에게 맡겨서 헌법과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을 남용하여 자신과 최순실의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대기업의 총수들과 부정한 거래를 통해 뇌물을 받는 등 권력형 부정을 자행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의 핵심적인 증거는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기록들이다. 그런데 위헌적인 통치와 국정의 시스템의 붕괴 과정 중에 바로 이러한 증거기록인 대통령기록들이 제대로 생산되었는지 그리고 불법으로 유출되거나 폐기되지 않았는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박근혜 전대통령 집권 시기에 대통령기록관리가 실제적으로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고 비밀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기록이 등록되어 전체 목록을 파악할 수나 있는지 알 수 없다. 법에 따른 대통령기록의 생산현황 보고도 없었고, 그것을 감시·감독해야 할 국가기록원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그럼으로 인해 대통령기록관리가 베일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도 무소불위요 불통이었던 것이다.

 박전대통령의 불법적이고 부정한 활동의 증거가 대통령보좌기관에 어떠한 형태로든(그것이 업무수첩이든 대포폰의 통화기록이든) 기록으로 존재했고, 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거나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생산될 수 밖에 없다. 박전대통령의 행위가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대통령기록의 생산과 관리에 관한 통제와 감독이 온건히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통령기록이 온전하게 기록시스템에서 생산 보유되고 있다는 징후가 없기 때문에, 그 증거기록이 불법적으로 폐기되었거나 폐기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기록관리의 목적은 대통령의 업무와 활동의 증거인 기록을 남기게 하여 업무의 설명책임성을 밝히고, 국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게 하는 데 있다. 나아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여 국정의 감독과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과 관련된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사실들이 당대의 대통령의 국정 평가를 위한 자료로 혹은 후대의 역사서술의 사초로 보존되도록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설명책임성을 제공하기 위해 업무활동의 증거 기록을 정확하게 생산하고 보존하는 기록문화가 결핍되어 있다. 이것은 대통령보좌기관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무시하거나 위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위험한 직장문화를 형성하게 하여 중요한 국정 기록을 아예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했더라도 무단으로 폐기하게 만든다. 기록이 없으므로 대통령과 대통령보좌기관이 자행한 불법적인 활동을 증명할 증거도 없어진다.

 지정기록보호제도는 대통령기록을 생산하게 하고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제도적 장치로서 고안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전대통령부터 지정기록보호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었다.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정기록을 대량으로 지정했고 그것이 적절하게 지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전대통령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목록조차 지정기록으로 지정하여 비공개기록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정기록의 목록은 비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유일하게 지정기록제도를 운용하는 미국에서도 지정기록의 목록을 공개한다. 대통령 비밀기록의 목록도 공개한다.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 스스로가 지정기록제도를 악용하여 대통령의 업무와 활동의 증거인 대통령기록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과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기록을 후대에 대통령의 공과를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하는 역사기록으로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풍부한 대통령기록과 사료 비판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로서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도출하여 정확한 역사인식의 토대가 제공되어야만 소모적인 정쟁, 국민 내부간의 역사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항이 지정기록을 결정할 수 있는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은 지정기록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법 취지에 따르면 대통령 지정기록을 지정할 수 있는 자는 오직 그 업무를 수행한 대통령뿐이다. 그리고 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되어 당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했다. 따라서 박전대통령은 지정기록을 결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업무를 수행하지도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전대통령의 지정기록을 결정할 수는 없다. 박전대통령이 무슨 업무를 어떻게 왜 수행했는지도 모르면서, 또 무슨 기록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황 권한대행이 지정기록을 결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이다.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의 업무담당자들조차 현 상황에서는 지정기록을 결정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지정기록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박전대통령의 대통령기록은 우선 무엇이 있는지 파악되고, 있는 기록이 폐기되지 않게 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정기록 여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박전대통령의 대통령기록을 모두 파악하여 안전하게 국가기록관리기관에 이관해 놓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대통령권한대행 체제하의 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래야 박전대통령의 대통령기록이 검찰 수사와 재판의 증거기록으로도 활용되고, 국정의 증거기록이 되고, 미래의 중요한 기록유산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보호지정기록은 검찰 수사나 법원의 요청에 의해 가차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의회나 대통령의 업무에 필요한 기록이면 제공되어야 한다. 지정기록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보호해야 한다는 철칙은 없다. 이 시점에서 지정기록을 결정할 것을 전혀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현 정부와 황 권한대행이 무리해서 지정기록을 결정한다면 공연히 정치적인 오해를 살 뿐이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박 전대통령도 혹시 바라고 있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훼방하는 일이 될 뿐이다. 현 시점에서의 박 전대통령 대통령기록의 지정기록 지정은 박 전대통령의 불법적인 활동에 관한 기록을 은폐하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가장 필요한 이 때에 대통령 지정기록을 결정하는 행위는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일 수 밖에 없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대통령 지정기록제도도 합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리가 갖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정 거버넌스의 대통령기록을 적법하게 생산하고 보호하려는 의식이 모든 관련자들의 정신 속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어느 누가 대통령기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은폐하거나, 무단으로 폐기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범죄로 인식시키고,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치 풍토와 건전한 윤리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기록의 자의적 무단 폐기는 형사 범죄이며 역사와 국민에 죄를 짓는 반국민 범죄, 역사 범죄이다. 대통령 지정기록 지정은 한편으로는 대통령기록의 은폐이다. 대통령지정기록제도는 대통령기록의 생산과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그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언제든지 폐지하거나 변경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지정기록제도라는 양날의 칼을 다루는 원칙은 역시 법제정의 원래 취지를 따르고 공공기록관리의 원칙을 존중하는 길뿐이다. 국민 대다수의 여론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지정기록제도가 향후에 적절하게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런 개선된 대통령기록관리법제도하에서 지정기록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옳다. 우선은 박전대통령기록을 파악하고, 수집하고, 보전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정국의 안정을 위해, 그리고 대통령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전을 위해 황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이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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