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의 2016년 10월 기고 입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눈은 '버티고'님께서 보내주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입니다. 

기록인의 관점에서 '최순실 기록유출 사태'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버티고 님의 의견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기록전문가협회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협회원님들의 릴레이 컬럼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협회원님들의 생각을 공유해 주십시오.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 또는 익명으로도 투고가 가능하오니 

많은 회원님들의 참여 부탁드리며 분량을 자율 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시거나, 아래 링크를 통해서 직접 작성 부탁드립니다. <아키비스트의 눈 작성 바로가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버티고

 

참여정부시절 기록관리혁신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었다. 의사결정과정의 기록화를 위해 업무관리시스템인 e知園을 개발하였다. 2003년 이지원의 도입 후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에서 조차 대면보고 등의 방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권력기관으로서 업무처리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던 것에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성과가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정책을 처리한 모든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의제관리-문서관리-과제관리-지식관리-기록관리의 완성으로 업무전문성과 생산성 향상, 지식공유 및 학습활동을 통한 비서실의 혁신역량 가황, 나아가 지식의 창출축적공유를 대국민서비스 차원으로 향상시켜 정책의 투명성을 한층 높여 신뢰받는 정부 구현의 근저를 마련하였다


최근 일선 보도에서 문서생성 경로에 있는 사람만 접근 가능하다든지, 사안별로 해당 분과와 협의, 회독을 거쳐 의제가 작성된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다. 전자의 경우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의 특성을 바탕에 두고 있는 이야기이며, 후자는 업무관리시스템 환경 이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업무관리시스템 상에서는 협조자는 검토 후 의견을 시스템에 기재하고 메모의 방식으로 가필도 가능하다. 이후 비서관 등의 보고라인에서 문서수정을 통해 시스템상에 기안초기 문서와 검토결과 문서의 버전관리가 이루어진다. 아울러 검토의견 및 지시사항 등이 추가된다.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여 일일현안 점검회의, 기회조정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서 검토되며 회의결과와 지시사항이 수록되어 최종보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기록화 시키는 것이 업무관리시스템의 기본원리이다. 이는 현재 전자정부체계로 모든 공공기관에서 쓰고 있는 통합온나라시스템에서도 그와 같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이 이보다 좀 더 정교하게 고안된 것은 그만치 권력의 무게와 내용의 구성이 민감한 쟁점이 되는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생산 관리원칙을 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보좌기관, 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및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6조에 따른 대통령인수위원회의 기관장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기속 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제8조는 전자적 생산 관리를 천명하는 조항으로 상기 기관과 대통령기록생산기관의 기록관 및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이 전자적으로 생산관리도도록 하여야 하며 전자적으로 생산되지 아니한 기록물에 대하여도 전자적으로 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제10조는 매년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의 생산현황을 소관기록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이를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하는 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최순실씨가 소유하고 있던 김한수 행정관의 PC에 담겨있던 200여개의 기록들과 대통령 휴가 사진 등이 대통령기록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근거는 이것이 완결판으로 등록된 것이 아닌 의사결정 과정 중에 있던 중간본이라는 이유를 든다. 이러한 관점은 전술하였던 업무관리시스템 이전이라면 참이라 할 수 있으나 이후이므로 오류를 지닌다. 초안이 작성된 후 비서관실의 검토를 통해 안건상정이 되는 시점에 외부로 유출된다는 것은 관계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울러, 그간 춘추관에서 2012년부터 매년 국가기록원으로 생산현황보고 한 내역을 살펴보아야 한다. 당해 기록물들이 등록되었는가의 여부와 비밀지정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기록이 등록되지 않았거나 등록된 경우라도 버전관리가 이루어져 업무의 과정정보가 담겨있지 않고, 최종 수정내역, 발언 결과가 기록화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생산조차 하지 않은 태만에 해당한다. 만약 초안이 있고 과정정보가 누락된 것이라면 최종본의 유무를 확인하면 된다. 과정정보에 해당하니 대통령기록이 아니라는 말은 어불성설에 해당한다. 외교관계 및 주요인사와의 대화록이 공공에 비공개되면서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에게 전달되고 검토된 사실의 보안상 문제점과 정부조직 체계의 부정의 문제점을 논외로 두더라도 회담 결과의 녹취 및 속기록이 업무관리시스템 등으로 등록(생산) 되지 않았다면, 일정한 보호기간이 지난 후 공개되어 역사의 평가를 받을 근거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정 일을 제대로 한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경우의 수와 권력, 이해관계 속에서 행해지는 통치행위가 역사적으로 합당하게 이해받기 위해서라도 남겨져야 한다. 이러한 사실 확인을 통해 당해 문건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인지 확인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청와대가 이를 밝히지 못한다면 기록생산의무를 방기한 결과를 방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 등을 통해 작성된 기록이 단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대통령기록이 아니라 하는 것은 춘추관으로 국한시키는 최소한의 범위를 상정하는 전제로 가능하다. 각종 위원회 및 관계기관 전체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계되는 행위의 증거는 대통령기록물이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의 위원회 기록물의 예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대통령 기록은 직무수행 뿐 아니라 관여하는 기관, 개인의 기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민간인이 비공식적으로 사전에 해당 정보를 받아보고 또한 첨삭 등 수정에 관여한 것의 심각성은 일전에 한미약품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기 직전 공시시점과 공매도와의 관계를 다루었던 사건에서 찾을 수 있겠다. 기록이 없으면 정부도 없다. 비정상적인 기록 생산경로의 문제점 뿐 아니라 대통령기록물 생산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나타낸다.


이상으로 본 사태를 기록인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민주화 이후 밀실행정 및 권력행위를 경계하며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위해 결과 보다 더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의 기록화를 이루었던 업무관리 정상화가 비정상화로 돌아서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목도할 것인가? 20087월 참여정부 기록을 전직대통령의 열람권을 근거로 사저로 복제해 간 건에 대해 정부는 자료가 밖에 있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 하였고,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사본 제작도 열람에 포함된다고 했으나 2차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이 전원 교체한 뒤 사본제작은 열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 최순실 씨에게 유출한 대통령기록물 사례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 된다. 우리는 이 사실이 어떠한 역사적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르나 적어도 대통령 기록물관리체계의 복원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함을 깨닫고 진상조사 등을 통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재발방지 뿐 아니라 업무관리체계의 정상화에 무게를 두어 권력행위의 설명책임과 투명성확보 체계를 복원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규가 정하는 범위 이외의 사항을 행정관 및 비서관, 각 정부부처에 행하게 하는 비정상적 권력행위 그리고 문제발생시 꼬리자르기로 일관하는 부패의 몸통을 단죄하여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이바지 하고 국민들이 본 사태로 말미암아 갖고 있는 자괴와 수치감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