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관리체계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 1조에는 각각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 법은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가 법률을 제정해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을 철저히 관리하려는 목적은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대통령기록물법과 공공기록물법의 목적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건의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기록은 국가운영 전반의 핵심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의 공개만큼이나 철저한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공공기록물은 그 정보의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상황에 따라서는 함부로 공개되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 기록의 작성권은 물론 열람권조차 없는 사인(私人)이 대통령의 업무가 행해지기 전에 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했을 뿐 아니라, 수정하기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한국의 국가기록관리체계가 생산부터 보존까지 붕괴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국가기록관리체계의 붕괴는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붕괴, 더 나아가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중심제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수습과 앞으로 국가기록관리체계의 유지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먼저 국가의 핵심 사안이 담긴 기록물이 무단으로 유출된 과정과 유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교, 안보, 국방 등 매우 민감한 사안까지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 유출 등에 해당되므로 책임이 있는 자는 법에 따른 엄중한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기록물관리체계, 더 나아가서는 국가기록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법과 제도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의 유산인 기록의 생산 및 관리에 대한 인식전환을 수반하여야 한다. 사실 한국은 기록물 생산 및 의사결정을 모두 기록으로 보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제도 및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도와 시스템은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전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모든 기록물 생산 및 업무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문화정착이 매우 절실하게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의 1차적 책임을 맡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 기록관을 포함해 대통령기록관, 국가기록원 등 기록공동체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노무현대통령 기록물 유출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등 크고 작은 기록관리와 관련된 사건을 겪었고, 나름의 의미 있는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또 한 번 기록물관리의 부실이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태를 기록관리를 소명으로 하는 기록전문가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국가기록관리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이 사건의 전말과 조사과정을 예의주시하겠다

 

 

2016. 10. 27.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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