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을 경계한다

 

 

올해는 국가기록관리법 공표 15주년인 동시에 기록물관리전문요원 배치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국가기록관리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한편,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도 남겨져 있다. 최근 입법예고된 기록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산하공공기관 및 사립대학의 전자기록을 민간시설에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기록관리 영역의 확장과 기록전문가 역할 증대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또한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할 줄로 안다.

 

1. 기록관리산업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라.

 

금번 개정법률안은 민간 산업계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점은 물론 우리 기록관리분야의 오랜 과제임을 공감하고 인식한다. 하지만 제한된 대상기관의 전자문서 저장과 보존을 민간 기업에 위임하는 것이 그와 같은 과제의 해결도 아닐뿐더러, 그 출발로 삼기에도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기록관리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 못한 채, 전자분야에 한정된 산업계 일각의 요구에 이끌려온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산업계는 물론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의 기록관리계와 학계, 전문단체 모두의 공동 노력으로 포괄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그에 맞추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록관리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촉진해간다면, 지금의 개정안보다 더욱 과감한 제도혁신마저 추진해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 협회 또한 이를 적극 동참하고 지지할 것이다.

 

2. 세밀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라.


900여 기관에 한정되어 적용될 이번 개정법률안은 정부산하공공기관 및 사립대학 등의 기록관리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다만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기록관을 설치하고 전문요원을 배치한 경우에만 허용할 것이며, 철저한 관할권 행사를 통해 업체를 관리하겠다는 방향만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시행령을 준비하는 동안에라도 보다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강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선 법률부터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게다가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또 다른 형태의 규제라고 반발할 수 있는 소지 역시 없지 않아 보인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정책방안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자칫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더 큰 혼선이 초래되고 애써 마련해온 정책마저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3. 소통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

 

금번 개정법률안에 대한 공개적인 설명회가 열렸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당일의 토론과 질의를 통해 그간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확인되었다. 법률개정안의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조회가 아니라, 제도혁신과 정책개발을 위한 토론회였더라면 안 되었을까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학계 및 전문단체와 거리를 두어온 정부의 태도가 보다 전향적으로 개선되기 바란다. 또한 산업계 역시 규제개혁의 논리를 앞세운 요구에 앞서, 학계 및 전문단체와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고 공동의 목표와 비전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가기록의 유지와 발전에 동참하는 것은 공적 책임 역시 분담하는 것이며, 기록관리 공동체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경제적 기법과 학술적인 지식, 경험과 현장의 책무가 결코 별개의 일이 아니라는 성숙한 인식을 기대한다.

 

정부와 산업계에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격언과 함께, 기록관리산업계의 진흥을 위한 근본적인 인식 위에서 다시금 살펴보시라 권한다


2015. 8. 17.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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